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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장르를 통 틀어서 내 역대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영화<이터널 선샤인>을 소개한다.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 니체

과연 망각이란 신이 주신 선물일까, 저주일까.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기억들.

이터널 선샤인에는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만 지워주는 '라쿠나 사'가 있었다.




남자 주인공인 조엘이 아침에 멍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며 영화가 시작된다.

차에 긁힌 자국을 보며 영문을 알 수 없는 조엘.

회사에 출근 하다 말고 조엘은 충동적으로 '몬탁'에 가는 기차에 오르게 된다.


"나는 원래 충동적인 사람이 아닌데..."


몬탁의 바닷가를 거닐다가 한 여자를 마주치게 되는데, 그가 가는 곳, 그가 향하는 시선마다

<클레멘타인>이 있었다. 돌아가는 기차에서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함께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만난지 하루만에 "우리 결혼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

클레멘타인은 당차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함이 매력적인 여자였고, 그에 반해

정적이고 과묵하며 자신의 이야기라곤 잘 하지않는 재미없는 조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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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꽁꽁 얼어붙은 찰스강이 보고싶다며 지금당장가자! 소리치고

얼어붙은 강물 위에 누워 밤하늘을 볼만큼 충동적이지만 로맨틱한 데이트를 했다.

 

하지만 어느날 둘은 크게 싸우게 된다.

술을 마신 클레멘타인이 늦게 들어오자 잔소리를 퍼붓는 조엘. 티격태격 하던 찰나

음주운전으로 조엘의 차를 긁었다고 말하자, "넌 남자랑 친해지려면 무슨짓이든 다 하잖아"

조엘은 클레멘타인에게 큰 상처를 주고 클레멘타인은 짐을 싸 나가게된다.



다음날, 조엘은 사과하기 위해 발렌타인데이 기념 선물을 사 그녀가 일하는 서점으로 간다.

헌데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다.

그걸로 모자라 그녀의 옆에는 "패트릭"이라는 연하의 새 남자친구까지 있다.

조엘은 그녀의 이중적 모습에 황당했고, 집으로 돌아와 우편을 하나 받게 된다.



우편의 내용을 읽어본 조엘은 그녀가 라쿠나 사에 가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는걸

알게된다. 라쿠나 박사의 말에 의하면 그녀가 조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매우 괴로워하면서

기억을 지웠다- 라고 한다. 조엘은 그 사실에 괴로워 하며 조엘 역시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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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타인을 처음본건 친구의 커플과 바다 여행을 갔을 때 였어요.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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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타인과의 추억을 정리하며 기억을 지우러 가는 조엘.

점점 지워져 가는 기억 속 클레멘타인에게

"이 추억은 이제 다 사라질거야. 넌 내일 아침이면 없어질거라고!

그러니까 날 지우지 말았어야지, 왜 날 지웠어!" 울며 조엘이 소리쳤다.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주세요..."

무의식 속에서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데리고 무너져가는 기억 속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한 순간의 어리석음으로 그녀에대한 기억을 지우겠노라고 결심한 행동이

남기고 싶은 아름다운 기억까지 모두 없어진다 생각하니 무의식 조차도 견딜 수 없던 조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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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이 잠든 틈에 기억을 지우기 위해 와있던 스탠과 메리.

무의식 중 조엘이 기억 회로를 이탈해 사라지는것을 발견하고 교수님을 호출한다.

스탠이 잠깐 바람을 쐬러 자리를 비운 사이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니체의 말을 늘 인용하고 다녔던 메리.


그녀가 교수에게 입을 맞춘다.

자신의 감정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이내 연신 사과를 하지만, 교수의 와이프가 이 현장을

목격하게된다. 메리는 곧 바로 뒤 따라 나가며 상황을 실수라 설명하려 하지만

교수의 배우자는


"네가 가져라. 진작 그랬지만 ... 잔인하게 굴지 말고 잘해줘." 라고 말했다.



교수와 메리는 사랑했던 사이였지만, 메리역시 상처를 입고 기억을 지웠던 의뢰인 중 하나였다.

망각한 자에게는 복이있다고 말한 메리 자신의 말이 오류라는걸 알게되고 자괴감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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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조엘이 나오미라는 여자와 만나고 있을때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 겉도는 모습에 친근감을 느끼고 함께 놀다가 주인 없는 빈 집에서

들 떠있는 클레멘타인과는 달리, 조엘은 그곳에 클레멘타인을 혼자 두고 돌아가렸다.

그 후 조엘이 자주 가던 서점에서 일하던 클레멘타인을 만나게 되면서 연인이 되었고

기억 속 회상하던 추억들을 만들어 나갔던 거였다.

금방 즐거웠다가 또 금방 화를 내던, 변덕쟁이 클레멘타인과 정적이고 암묵적이었던 조엘.

전혀 맞지 않는다 생각했던 둘의 관계. 조엘은 깨닫게 된다.


"나는 네 그런 성격이 좋았던 거였어. 난 네가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넌 단지 들떠있었을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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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도망쳐야 할까.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은 모조리 삭제되고 있었다.

조엘의 기억 속 클레멘타인이 "내가없는 기억 속에 숨어 있으면 돼" 하자

"네가 없는 기억은 없어."랄 만큼 조엘은 그녀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흩어져 희미해지는 마지막 기억속을 향해서 소리친다.


"몬톡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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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다시 초반으로 돌아간다.

아침에 눈을 뜬 조엘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은 모두 지워졌고, 그녀가 망가뜨린 차를 보며

무슨 영문으로 차가 망가졌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출근 하던 조엘은 충동적으로 몬탁행 기차에 오른다. 원래는 전혀 충동적이지 않은 조엘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클레멘타인을 만난다.



영화의 시작은 서로의 기억을 지운 그 후의 만남이었다.



아픈 기억을 지우면 행복해 질 거라 믿었던 자신의 생각에 오류가 있음을 깨닫게 된 메리는

환자들에게 기억을 삭제할 당시 녹음했던 녹취록을 다 나눠주게된다.



조엘과 클레멘타인 역시 녹취파일을 받게되었고,

둘은 기억을 지우기전 서로의 험담을 듣게 되고 충격을 받은 클레멘타인이 떠나버린다.

서로는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닌 사랑했던 사이였고, 서로에게 상처를 입어 기억을 지워버렸다니!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소리친다.


"난 이기적이고, 나혼자만 생각하는 여자야! 넌 곧 거슬려 할테고 난 당신을 지루해 할 거야"

 

그런 그녀에게 조엘이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렇게 눈물흘리며 웃다가 둘은 다시, 혹은 새로운 관계의 연인이 된다.







너무나 놀라웠다.

이터널 선샤인을 요약 하자면 헤어지고 서로의 기억을 지운 남녀가 다시 사랑에 빠진다.

라고 한줄로 요약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셸공드리의 작품으로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내용을 모르고 본다면 이게 무슨 쌩뚱맞은 장면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장면마다 부여된 의미이며, 색감이며, 또 눈 쌓인 겨울 바닷가의 춥지만 따뜻한 햇살이 깃든 장면.

정말 명장면이 많은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아주 오래 전 개봉된 영화지만 요즘 다시 봐도 좋을만큼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랑과 이별을 해봤던 누구라면 꼭 한번 쯤 봐야할 영화로 추천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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