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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새로운 소재의 사랑이야기.

여기서 소개되는 her(그녀)는 애석하게도 사람이 아닌 OS(운영체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그런 그녀와 주인공 테오도르의 <조금은 특별한> 로맨스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OS '사만다'의 목소리는 스칼렛요한슨이 연기를 했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달달하던지.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 메말라버린 감정이 푸석하게 느껴질만큼 나 또한 주인공 만큼이나

세상에 재밌는 일은 더이상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다 겪어버린게 아닐까 하고.



-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내가 느낄 감정을 벌써 다 경험해 버린 건 아닐까..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앞으로

쭉-

새로운 느낌은 하나도 없게 되는 건 아닐까..

내가 정말로 느꼈던 그 감정에서 조금 축소된 어떤 감정들만 남는게 아닐까.."

-


영화 속 테오도르의 대사 중 하나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다른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이다.

사연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받아보고 그 내용을 토대로 감정들을 아름답게 풀어서

대신 편지를 적어준다. 그런 본인은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란 감정은 죄다 겪은것 같다고 느꼈다.

그런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하나의 '의식'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볼 수도, 만질 수 도 없지만 테오도르는사만다를 통해 많은

새로운 감정을 느끼면서 점 점 사랑에 빠지게된다.

무미건조했던 그의 삶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 사만다.


"넌 내게 진짜야. 사만다."


영화 속 대사들이 어쩜 버릴 것 하나 없이

하나 하나 전부 주옥같다.



테오도르가 친구<에이미>에게 사만다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말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거야?


-..바보같지?


- 아니..

  난.. 그냥...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다는 건 누구나 바보같이 행동한다는 거잖아.

  사랑에 빠진 것 자체가 미친 짓이니까...

  우리는 여기 그저 있는 거야. 그저 잠깐.

  그리고 여기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

  나는 내 스스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에이미의 대답은 그야말로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 였다.

주변 시선은 상관하지 말고, 우리가 여기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

그저 자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

단연코 무한한 감동의 한마디 였다.



테오도르 셔츠 앞 주머니 속에 <그녀>를 넣어두고 같이 걷는다거나,

함께 있는 이 순간을 노래 속에 붙잡아 넣은 사진.

노래를 들려주고 둘이 찍은사진이 없으니 이 노래가 사진처럼 들리길 바랬다는

사만다의 말이나.

영화의 색감도 좋았지만 왠지 짠해보이는 그들의 데이트 장면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디지털 시대의 외로움과 공허함 속 소외된 현대인들. 아날로그 방식은 어느새 까맣게 잊고 사는 우리.

공허하기 짝이없는 껍데기뿐인 관계 속에서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테오도르의 모습은

안타깝고도 또 가슴 깊이 공감됐다.

외로운 세상이다.

잘 통하는 것 같으면 프로그래밍된 가짜라 하더라도 마음을 내주는 서글픈 세상이다.

<HER>는 무미건조한 인간관계 속 외로운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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